뜨거운 여름의 태양을 바로 받으며 도착한 삼천포항이다. 바로 옆 청널문화오름 전망대에 오르니 사방이 시원하다. 뒤로는 삼천포 각산이 자리하고 우측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것이 사천의 와룡산이다.
각 산을 비스듬히 내려오는 케이블카가 보이고 그 아래 아름다운 삼천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니 삼천포대교와 늑도대교 그리고 남해창선대교로 이어진 창선도가 보인다. 그 옆 멀리 큰 섬이 수우도와 그 앞에 위치한 신수도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바로 아래로 오늘 탈 배가 서서히 들어오고 있었다.

10시 50분 배인 줄 알았더니 새 신수도호가 생기면서 시간 변경이 된 듯하다. 새 신수도호의 첫 배는 8시 20분, 그리고 10시 30분, 12시, 14시 30분, 16시, 마지막 배가 18시다.
나오는 배 또한 7시, 8시 30분, 10시 50분, 13시 30분, 14시 50분, 17시 30분이다. 몇 개의 운항 시간은 10분 정도의 변동이 있는 것 같다.

오늘 들어가는 12시 배에는 주민을 포함해 3명이 전부다. 나와 여인은 대구항에 내렸고, 나이든 어르신이 따님(?)을 맞이하기 위해 사륜오토바이를 끌고 오셨다. 뱃일하는 부부로 보이는 분 중 한 분이 몽돌해수욕장 이야기를 하며, 나가는 배는 신수도 항구에서 타야 한다고 뱃시간을 친절히 알려주신다.
배를 뒤로하고 대구마을로 들어선다. 입구에 안내표지판과 야영장이 있으나 개점휴업이고, 주변으로 풀도 많이 올라와 있다. 바로 뒤가 몽돌 해수욕장이다. 아치형의 해수욕장으로 몽돌이 얼굴만 한 크기부터 공기돌만 한 크기까지 다양하게 널브러져 있다. 이 여름 사람도 있을 법한데 한 명도 없다. 역시나 날이 더워서인지 밖으로는 바둑이 한 마리도 돌아다니지 않는다.
대왕기산이 우측으로 우뚝하지만 시간도 날씨도… 그래서 포기하고 해안 둘레길을 따라 크게 한 바퀴 돌아볼 요량으로 걷기 시작했다. 햇살이 따가워 가져온 우산을 펼치고, 한쪽에는 편의점에서 산 얼음물을 마시거나 목에 얹으며 더위를 식히며 걸어본다.
오르막을 조금 오르다 보니, 저 멀리 유람선이 크게 섬을 한 바퀴 돌고 있고, 그 뒤로는 멀리 남동화력발전소도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바다를 향해 가다 보니 또 다른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 신수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삼천포 출신의 강희진은 『올빼미 무덤(2016)』을 통해서 “풍도라는 작은 섬에서 한국의 현대사를 압축시켜 보고 싶었다”라고 하였다.

이제 막 둘레길의 힘든 구간을 넘어서니 신수도 마을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섬이다 보니 물도 귀하고 사람 살기 척박한 편이다. 밭들이 손바닥만 한 크기부터 마당 크기만 한 것까지 여러모로 다양하다. 논이 없어 키우는 작물은 주로 고구마와 고사리다. 마을 뒤쪽을 돌아서다 보면 밭 한가운데 큰 나무와 안내판이 보인다.

호기심에 찾아가 보니 신수동 본동마을 급수시설이다. 만들어진 해는 2005년 9월이다. 상수도가 생긴 지 불과 20년 정도밖에 안 된 것이다. 그사이 신수도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보니 이런 여름 한 모금의 물이 이들에게는 생명수이자 금은보화보다 귀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입구에 자리 잡은 캠핑장은 잡풀이 무성하고, 동네에서 제일 높고 제일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한 펜션은 몇 달 째 운영을 안 해서 마당에 풀이 무성하다. 데크는 낡아 삐걱대고 있다. 일부 땅은 개발하다 중단한 듯 보인다. 이곳도 섬에는 나이든 분이 대부분이며, 잘 정리해놓은 공원이나 쉼터에는 거미줄이 가득하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이 섬에서 볼 수 있는 현실이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신수도도 지금 이 계절이 아닌 봄날이나 가을에 다시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런 생각은 변함없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100미터 높이가 안 되는 대왕기산과 왕가산을 오르며 가을의 상쾌한 바람을 실컷 맛보고 싶고, 푸른 바다 위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보고 싶다는 그래서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