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대신 ‘자연산’…조개 종자 방류사업에 103억 원 규모 입찰비리

– 국민권익위, 서남해 7년간 입찰 전수조사…“공공재정 편취·어민 피해 심각”

– 국민권익위, 서남해 7년간 입찰 전수조사…“공공재정 편취·어민 피해 심각”



수산자원 회복과 어민 소득 증대를 위해 실시되는 조개 종자 방류사업이 일부 업체들의 조직적 담합과 부정 납품, 담당 공직자와의 유착 등으로 사업 본래의 취지를 크게 훼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는 최근 7년간 서남해 일대 22개 지방자치단체와 공단의 조개 종자 방류사업 입찰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80개 사업(103억 원 규모)에서 입찰 담합 및 부정 납품 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 입찰담합비리 특수관계업체 관계도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특수관계 업체들이 ‘들러리 투찰’을 통해 특정 업체가 낙찰되도록 입찰을 방해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대표자나 주소지, 임직원이 중복되며 사실상 동일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정황이 포착됐으며, 낙찰이 이뤄지면 1순위 업체가 포기한 후 2순위 업체가 더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했다.

문제는 납품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입찰 공고에 명시된 인공 생산 종자 대신, 값이 저렴하고 생산 과정이 불필요한 자연산 조개 치패를 인근 갯벌에서 채취해 납품한 것이다. 이들은 작은 크기의 자연산 치패를 체로 선별해 인공 종자인 것처럼 위장해 납품하면서 검사 담당자를 속이고 수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계약 조건을 어기고 부정 납품한 규모는 27개 사업, 약 68억 원에 달한다.


▲ 채취한 자연산 백합 중 인공 종자로 속여 납품할 작은 치패를 채로 선별하는 모습 / 사진제공=권익위
부패는 현장 담당 공무원에게도 연결돼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공단 담당자는 특정 업체와의 관계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아예 연관 업체에 대한 조사를 회피한 사례가 확인됐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방류 담당 과장이 금품을 요구하고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국민권익위는 해당 사건을 해양경찰청에 이첩했으며, 관계자들은 입찰방해·사기·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제도적 허점에 대해서도 개선책이 마련된다. 권익위는 종자 방류 시스템에 납품업체명과 대표자, 방류 위치 등의 필수 입력을 의무화하고, 현장 입회자 및 공직자 확인 내용을 영상기록으로 남기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공종자의 진위를 판별하는 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국민권익위 유철환 위원장은 “수산 종자 방류사업이 어민 소득증대라는 본래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이 부패 없는 공정한 사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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