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에서 깨어난 미생물, 일부는 인체 감염 가능

- 극지연, 최대 2천 년 전 빙하 속 미생물 분석…“첫 자체 확보 빙하 시료 활용”

- 극지연, 최대 2천 년 전 빙하 속 미생물 분석…“첫 자체 확보 빙하 시료 활용”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가 남극 빙하 속에서 수백~수천 년간 잠들어 있던 미생물을 발견하고, 이 가운데 일부에서 인체 감염 가능성을 확인됐다고 밝혔다.


▲ 남극 스틱스 빙하 시추 지역 및 빙하코어 회수 활동 (사진.제공=극지연)

연구팀은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스틱스(Styx) 빙하에서 채취한 빙하코어를 분석해 서기 520~1980년 사이 형성된 빙하 층에서 총 27종, 656개 균주의 미생물을 배양·확보했다. 대부분은 자연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균이었으나, 9종 55개 균주는 ‘잠재적 병원성 세균 후보’로 분류됐다.


▲ 잠재적 병원성 균주로 확인된 Paenibacillus glucanilyticus GlSt238 균주의 고체 배양 모습. 높은 운동성은 숙주 환경에서의 빠른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음. 극지연 제공

김민경 박사(극지연구소)는 “일부 세균은 결핵균처럼 인체 세포에 달라붙거나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또 다른 균주에서는 동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세포 용해 유전자와 유사한 서열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미생물은 사람의 정상 체온(37℃) 조건에서 적혈구를 파괴하는 경미한 ‘용혈 반응’을 보여,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잠재적 위험을 줄 수 있음이 확인됐다.


▲ 스틱스 빙하의 깊이별 미생물 다양성 분석과 잠재적 병원성 확인을 위한 유전체 분석 개요도.(자료. 제공=극지연)
스틱스 빙하코어는 장보고기지가 설립된 2014년, 극지연구소가 남극에서 처음으로 자체 확보한 시료로 총 길이 210m에 이르며 약 2,000년 전의 환경을 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7월호)에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오랫동안 갇혀 있던 미생물이 노출돼 인간과 접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남극 빙하 미생물의 다양성과 잠재적 위험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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