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지연, 5.2억 년 전 고생물의 정체 최초 입증…“우리 과학기술 우수성 확인”
50년간 이어온 한 고생물의 정체 논란이 마침표를 찍었다. 극지연구소는 세계 최북단 북그린란드에서 확보한 약 5억 2천만 년 전 ‘넥토카리디드’ 화석을 분석해, 이 생물군이 기존 해석과 달리 원시 화살벌레의 일종이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넥토카리디드(Nectocaridid)는 고생대 초기 바다에서 서식했던 동물로, 1976년 캐나다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절지동물, 척삭동물, 연체동물 등 다양한 계통으로 해석됐다. 곤충, 문어, 물고기 등 현생 어느 동물의 조상이었는지조차 의견이 엇갈렸을 만큼 계통 분류가 난제였던 생물이다.

2010년 캐나다에서 다수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두 개의 촉수 같은 다리를 지닌 원시 두족류 연체동물이라는 주장이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됐지만, 논란은 멈추지 않았다.
극지연구소 박태윤 박사와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야콥 빈터(Jakob Vinther) 박사는 덴마크 연구팀과 함께 북위 82도 북그린란드 시리우스 파셋(Sirius Passet)에서 신종 넥토카리디드인 넥토그나투스 에바스미싸이(Nektognathus evasmithae) 화석 11점을 발견하고, 정밀 형태 분석을 수행해 이 동물이 원시 화살벌레라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넥토카리디드 화석 몸통 중앙에서 한 쌍의 신경절(ganglion)을 확인했다. 크고 명확한 신경절이 머리 대신 몸통 중앙에 위치하는 형태는 동물 전체를 통틀어 오직 화살벌레에서만 나타나는 해부학적 특성으로, 넥토카리디드가 원시 화살벌레였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극지연구소 이미리내 박사는 신경절에서 양쪽 지느러미줄기로 이어지는 신경 섬유까지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사례이다. 현재 이 기술은 여러 해외 연구기관들이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가 개발한 기술로 세계적 학술 논쟁을 종결한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박태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북극 오지 현장 조사는 쉽지 않았지만, 초기 동물 진화의 비밀을 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시리우스 파셋은 5억 년 전 고생대 화석이 남아 있는 전 세계에 손꼽히는 화석 산지로, 현재 이 지역을 현장 조사할 수 있는 기관은 사실상 극지연구소가 유일하다. 2022년에는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에서 ‘세계 100대 지질유산’으로도 선정했다.
본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이번 달(7월)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u6990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극지연구소가 보유한 현장조사 역량과 자체 분석 기술이 진화 생물학의 핵심 난제 해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우리 국가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잘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