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부처 사리를 품은 산 영축산! (250503)

- 부처 사리를 품은 산 영축산


부처 사리를 품은 산 영축산!



김일하-발로 뛰는 문화유적 답사기



지난 4월은 불의 계절이었다. 봄은 왔으나 재앙과 함께 왔고, 모든 산은 불로 몸살을 앓았다. 가까이에서는 지리산 천왕봉이 며칠째 화마로 위협을 받았고, 2019년 고성-속초, 인제 산불에 이어 2020년 4월 25일에는 중앙고속도로 남안동 IC ~ 서안동 IC 일대의 산불로 고속도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그랬던 그 산불이 2025년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산청, 하동에서 며칠째 산이 붉게 타다 보니 바람을 타고 진주까지 재가 날아올 정도였다. 또한 의성, 안동에서는 하회마을과 병산선을 위협했으며, 그 불은 꺼지지 않고 경상 북부로 계속 옮겨붙고, 울산, 울주 등도 주변 민가와 산을 태우고 있었다.

이러한 전국적 대형 산불이 일어나다 보니 대부분 산은 4월 입산을 금지 시켜 버렸다. 자연스레 원거리 산행은 포기하고 동내 산을 운동 삼아 오르며 4월을 보냈다.


[ 영축산 백운암코스 ]


어느덧 나무도, 풀도 푸릇푸릇한 잎사귀들이 무성해지기 시작한 5월 되어서야 대부분 산이 문을 다시 열었다. 5월 1일, 오늘 울산의 영남알프스 9봉 중의 하나인 영축산을 다녀왔다. 영축산은 영취산, 취서산, 축서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대동여지도에는 취서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양산과 언양 가운데 위치한 산으로 양산 북쪽, 언양 남서쪽으로 위치한다. 마치 양산과 언양을 울타리처럼, 혹은 병풍처럼 뒤에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산성 같기도 하며 거대한 장벽처럼 보이는데 그 처음과 끝이 영축산과 신불산이다. 부산 울산 간 고속도를 달리다 보면 양산 통도사를 지날 무렵 매의 부리처럼 툭 삐져나온 산이 바로 영축산이다.

영축산 아래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통도사가 있다. 통도사에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이 있어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부처의 진신이 있다 보니 그 상은 필요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웅전 안에서 보면 창문 너머 금강계단이 조용하고 아름답게 자리를 잡고 있다.


[ 간월산&신불산&영축산 영남알프스 3봉 ]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법한 고대 인도의 마가다국에 있던 산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데 그러다 보니 골골이 17개이나 되는 산내 암자가 있다. 또한 통도사 말사(末寺:큰 절(본사)에 소속된 작은 절)는 전국에 216개가 있다고 하니 그 사세가 가히 전국적이라 할만하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호위하듯 통도사까지 길을 안내하고 다른 한쪽은 바쁜 이들을 위한 차도가 통도사 초입까지 이어져 있고, 산내 암자까지도 이어져 있다.

오늘 등산로는 영축산 17개 암자 중에서도 가장 높이 있는 백운암을 지나쳐 가는 길이다. 통도사 주차장을 지나서 한참을 가다 보면 너른 보리밭과 꽃들이 핀 들판이 보인다. 이 사이로 한참을 지나면 극락암 주차장이 보인다. 극락암 주차장에 차를 세워도 되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백운암 등산로 초입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있으나 주차장이 협소하여 다시 내려올 수 있으니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 극락암 홍교

나는 극락암에 주차를하고 비로암을 잠시 들렀다가 “사실은 길을 잘못 들어 극락암을 갔다”, 백운암으로 향했다. 입구에는 누군가 시주한 지팡이가 한가득 있고, 발아래 시작된 계단이 저 멀리까지 아득하다. 골이 깊다 보니 나무도 크고 잎들도 무성해서 오르는 길이 시원하다. 처음 오르는 길인데도 내려오는 사람이 간간이 보이고, 드문드문 보이는 백운암 이정표가 지친 산행에 기운을 나게 한다.

나무 뒤로는 다람쥐들이 신기한 듯 숨어보고, 녀석들을 위한 건빵이 바위 위에 놓여있다. 그 바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니 흐르던 땀도 금방 사라진다.

▲ 백운암 전경

담을 쌓은 듯한 돌길을 지나고 잘 놓인 데크를 지나면, 저 멀리 백운암이 보이고 빨리 쉬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게 되는데 등산로는 구불구불하여 급한 마음을 달래게 한다.
일주문과 대여섯 개의 전각, 암자라고 하기는 규모가 크고 절이라 하기는 아쉬움이 있다. 저 멀리 양산 시내와 이곳 백운암은 암자를 두른 얕은 담장 하나에 속세와 불가의 경계를 짓고 있다. 그래서인지 백운암 마당 앞으로 흰 구름이 항상 머물러 있을 것 같다.

▲ 양산 시내 전경


백운암을 뒤로 다시 산을 오르다 보니 철쭉이 연분홍의 꽃잎을 내보이고 있다. 그 옆을 휘돌아 오르니 어느새 함박등이다. 여기까지 힘든 코스는 거의 다 지나서 멀리 암벽과 나무 사이로 영축산이 보이니 몸이 한결 가볍다.

함박등에서 영축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어 등산의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짧지만 강렬한 릿지 구간도 살짝 경험할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어느새 저 멀리 영남알프스의 장쾌한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 신불산 방향 능선

앞의 영축산을 기준을 왼쪽으로 신불산이, 그 사이로 고헌산과, 저 멀리 가지산 운문산이 연이어 보이고, 왼쪽으로는 천황산과 재약산 오른쪽으로는 천애의 낭떠러지다. 오늘따라 구름이 낮게 강물처럼 흐르고 언제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먹구름이 몰려온다. 정상에는 인증하기 위한 사람들로 줄을 서 있고, 영남알프스 7봉 완등의 인증을 마친 이들이 벌써 2천 명이 넘었다는 정보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2개가 더 남았다.

낮은 구름과 드넓은 초원과 울산, 언양, 양산의 아파트와 공장과 도로는 그림처럼 펼처져 있고, 빨리 움직이는 구름은 서둘러 내려가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함박등를 조금 내려오는 길에 비를 만나게 되었고, 한참을 그렇게 비를 맞으며 내려왔다.


[영남알프스 9봉 중 3봉]



문득, 이런 날씨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산에서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일까. 이렇게 비가 오면 그나마 불씨가 튀어도 산불로 이어지지 않을 테니까. 나 역시 한때 흡연자였지만, 이제는 금연한 날이 더 많아 그 유혹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쉽게 끊지 못하는 흡연자들이라면 차라리 산에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순간의 즐거움으로 인해 몇 백 년 된 숲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선 안 되지 않겠는가. 그 니코틴의 유혹으로 인해 후손들이 누려야 할 산이 사라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부디, 멀리서 눈으로만 감상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자연은 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고, 미래 세대에게 더 좋은 모습으로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망치지 않으면 다행이고, 더 나은 모습으로 남겨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제발, 산에서는 흡연, 음주, 취사는 절대 삼가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좋을 것이다. 제발, 산에서는 흡연, 음주, 취사는 삼가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관련기사